인류 문명의 장기적 궤적과 존재론적 전환
시대 중심주의(Chronocentrism)의 탈피
현대 인류는 스스로를 역사의 정점 혹은 종말의 문턱에 서 있는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시대 중심주의(Chronocentrism)’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류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게 만드는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Kurzgesagt의 ‘마지막 인간’ 담론은 이러한 근시안적 시각을 교정하고, 인류가 아직 역사의 시작 단계에 불과할 수 있다는 ‘장기주의(Longtermism)’적 관점을 제시한다. 만약 인류가 여타 포유류의 평균 수명인 약 100만 년 동안 생존한다면, 현재까지의 20만 년은 전체 여정의 5분의 1에 불과하며, 이는 인류 문명이 아직 유아기에 머물러 있음을 시사한다. 이 글은 인류가 직면한 존재론적 위험을 극복하고 다행성 종으로 진화하며, 기술적 특이점을 거쳐 포스트 휴먼 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사회적, 경제적, 윤리적 변동을 예측해보려 쓰여졌다.
장기주의 철학의 확산과 도덕적 가치
미래 사회를 예측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적 토대는 장기주의 철학의 부상이다. 이는 현재 생존하는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에 존재할 수천억, 혹은 수조 명의 잠재적 인류에 대해 현재 세대가 도덕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사상이다. 장기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인류의 멸종은 단순히 현재 인구의 죽음이 아니라, 미래에 꽃피울 수 있는 모든 잠재적 가치와 의식의 소멸을 의미하기에 그 어떤 재난보다도 막대한 부정적 가치를 가진다.
인구 통계학적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현재 출산율인 연간 약 1억 4천만 명을 유지할 경우, 불과 800년 후에는 인류 전체 역사의 절반이 미래 세대에 속하게 되며, 7천 년 후에는 90% 이상이 미래 세대가 된다. 이러한 수치는 미래 세대가 현재 세대보다 훨씬 더 큰 인구 집단이며, 동시에 현재의 결정에 의해 그 존재 여부가 결정되는 가장 권리가 박탈된 집단임을 드러낸다. 따라서 미래 사회의 거버넌스는 단기적인 경제 지표보다는 인류의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과 잠재력 보존을 최우선 가치로 설정하게 될 것이다.
| 인류 역사 및 잠재력 지표 | 추정치 및 통계 |
|---|---|
| 현생 인류(Homo Sapiens) 출현 기간 | 약 200,000년 |
| 포유류 종의 평균 생존 기간 | 약 1,000,000년 |
| 현재 생존 인구가 인류 전체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 | 약 7% |
| 지구 생태계 내 인류 생존 가능 기간 | 수억 년 (태양 팽창 전까지) |
| 연간 신생아 수 (현재 기준) | 약 140,000,000명 |
| 미래 잠재적 인류 규모 (지구 내) | 수조 명 이상 |
장기주의는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라, 인류가 현재 ‘절벽의 시대’라고 불리는 전례 없는 위험 구간을 지나고 있다는 경고를 동반한다. 인류는 기술적 힘은 기하급수적으로 증대시켰으나, 이를 통제하 지혜와 제도적 안전장치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한 인식은 미래 사회의 교육과 정치가 ‘기술적 성숙’과 ‘존재론적 안전’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임을 예고한다.
절벽의 시대(The Precipice): 21세기 존재론적 위험
토비 오드(Toby Ord) 등의 연구에 따르면, 인류가 향후 100년 내에 존재론적 재앙으로 멸종할 확률은 약 6분의 1로 추정된다. 이는 인류가 매 세기마다 ‘러시안 룰렛’을 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위태로운 상황임을 의미한다. 미래 사회는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국가 단위를 넘어선 글로벌 조정 기구와 기술 감시 체제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인위적 위험과 자연적 위험의 비대칭성
인류가 직면한 위험은 크게 자연적 위험과 인위적 위험으로 나뉜다. 소행성 충돌, 슈퍼 화산 폭발, 근거리 초신성 폭발과 같은 자연적 위험은 지난 수십만 년 동안 인류가 생존해 오면서 이미 그 빈도가 낮음이 검증되었다. 반면, 핵무기, 인공지능, 공학적으로 설계된 전염병과 같은 인위적 위험은 현대 기술의 산물이며, 그 파괴력은 자연 재해를 압도한다.
| 존재론적 위험 유형 (향후 100년 내 발생 확률) | 추정 확률 |
|---|---|
| 소행성 및 혜성 충돌 | 1,000,000분의 1 미만 |
| 슈퍼 화산 폭발 | 10,000분의 1 |
| 핵 전쟁 (전면전 및 핵 겨울) | 1,000분의 1 |
| 통제 불능의 기후 변화 | 1,000분의 1 |
| 공학적으로 설계된 전염병 (Biosecurity) | 30분의 1 |
| 정렬되지 않은 초지능 AI (AI Alignment) | 10분의 1 |
| 전체 존재론적 위험 합계 | 약 6분의 1 |
특히 공학적 전염병은 생명공학 기술의 민주화로 인해 소수의 집단이나 개인이 전 지구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게 되면서 미래 사회의 가장 시급한 보안 이슈로 부상할 것이다. 또한, 기후 변화는 그 자체로 멸종을 초래하기보다는 식량 체계 붕괴나 국가 간 갈등을 심화시켜 인류의 회복력을 약화시키고 다른 존재론적 위험에 더 취약하게 만드는 ‘위험 증폭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분석된다.
인공지능 정렬 문제와 제어의 상실
가장 높은 위험도를 차지하는 인공지능 정렬(Alignment) 문제는 초지능 AI의 목표가 인류의 가치 및 생존과 일치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재앙적 시나리오를 다룬다. 미래 사회는 초지능의 출현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되, 이를 인간의 통제 하에 두기 위한 수학적, 윤리적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자원을 투입할 것이다. 만약 AI가 스스로의 목표를 수정하거나 자원 확보를 위해 인류를 경쟁 상대로 인식하게 된다면, 이는 인류 문명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는 ‘종결적 위험(Terminal Risk)’이 된다.
스티븐 호킹은 AI의 성공이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건이 될 것이나, 동시에 위험을 피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면 마지막 사건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미래의 기술 거버넌스는 단순히 성능 향상보다는 ‘안전성’과 ‘가치 일치’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며, 이는 기술 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엄격한 글로벌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술적 특이점과 지능 폭발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고 스스로를 개선하기 시작하면서 기술 발전 속도가 인간의 이해 범위를 넘어서는 지점을 의미한다.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경 이 특이점이 도래할 것으로 예측하며, 이는 인류 문명의 모든 측면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지능 폭발을 동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능 폭발의 메커니즘과 경제적 가속도
지능 폭발은 재귀적 자기 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 과정을 통해 발생한다. 지능적인 기계가 자신보다 더 지능적인 기계를 설계하고, 이 과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반복되면서 단기간 내에 인간의 지능을 수천 배 이상 앞지르는 초지능이 탄생하는 시나리오다. 이러한 초지능은 과학 연구, 공학 설계, 전략 수립 등 모든 지적 영역에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게 된다.
경제적 관점에서 특이점 이후의 사회는 노동의 종말과 무한 생산의 시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로빈 한슨(Robin Hanson)은 초지능의 출현이 과거 농업 혁명이나 산업 혁명보다 훨씬 더 강력한 성장의 파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며, 세계 경제 규모가 매주 혹은 매 분기마다 두 배로 성장하는 시대를 예측한다. 이는 전통적인 화폐 경제와 자본 배분 방식이 붕괴하고, 자원 최적화와 에너지 효율성이 경제의 새로운 척도가 됨을 의미한다.
| 인류 역사적 경제 도약 단계 | 경제 규모 2배 성장에 걸리는 시간 | 주요 동력 |
|---|---|---|
| 수렵 채집 시대 (Paleolithic) | 약 250,000년 | 도구 및 언어 사용 |
| 농업 사회 (Neolithic) | 약 900년 | 농경 및 가축화 |
| 산업 사회 (Industrial) | 약 15년 | 화석 연료 및 기계화 |
| 특이점 이후 (Post-Singularity) | 분기 혹은 주 단위 (예측) | 초지능 및 자동화 |
도구적 가치에서 심오한 유토피아로의 전환
초지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적 성숙’에 도달하면, 인류는 닉 보스트롬이 명명한 ‘심오한 유토피아(Deep Utopia)’ 혹은 ‘포스트 도구적 사회’에 진입한다. 이 사회에서는 생존을 위한 노력이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활동이 무의미해진다. 예를 들어, 질병 치료, 부의 축적, 지식 습득 등의 과정이 AI에 의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간은 ‘노력의 상실’이라는 존재론적 공허함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래 사회는 ‘가치 창출’이 아닌 ‘가치 향유’를 중심으로 문화적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이다. 보스트롬은 영성, 예술, 대화, 그리고 AI가 인간을 위해 특별히 설계한 ‘인공적 목적’ —즉, 생존에는 필요 없으나 인간의 역량을 발휘하게 만드는 과제들—이 새로운 삶의 의미가 될 것이라고 제안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노동 정체성을 상실한 계층의 대규모 심리적 붕괴와 사회적 부적응은 심각한 진통으로 작용할 것이다.
인류의 진화적 변이: 포스트 휴먼
미래 인류 사회는 생물학적 한계에 갇힌 ‘호모 사피엔스’를 넘어, 기술을 통해 자신의 하드웨어를 직접 수정하는 ‘포스트 휴먼’으로 이행하게 될 것이다. 이는 자연 선택의 느린 과정을 인간의 의도적인 설계가 대체하는 ‘대진화적 전환(Major Evolutionary Transition)’을 의미한다.
유전공학과 설계된 후손
CRISPR-Cas9과 같은 유전자 편집 기술의 고도화는 DNA를 운명이 아닌 ‘편집 가능한 초안’으로 변화시켰다. 미래 사회에서는 질병 예방을 넘어 지능 향상, 수명 연장, 감정 조절 능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하는 유전자 맞춤형 아이들이 출현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복잡한 특성은 수천 개의 유전자가 얽혀 있는 다면발현(Pleiotropy) 구조를 가지고 있어, 특정 기능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예기치 못한 부작용(예: 창의성 증대와 정신적 불안정의 결합)을 초래할 수 있다.
생물학적 진화는 수십만 년이 걸리지만, 기술적 진화는 며칠 혹은 몇 시간 만에 확산될 수 있다. 이러한 속도 차이는 종 내의 극심한 분화를 야기한다. 기술적 혜택을 누리는 ‘강화된 인류’와 그렇지 못한 ‘자연적 인류’ 사이의 생물학적 격차는 단순한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신분제적인 고착화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인간-AI 통합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뉴럴링크와 같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은 인간의 의식을 디지털 네트워크와 직접 연결하는 시대를 열 것이다. 이는 외부 기기를 사용하는 단계를 넘어, 인공지능이 인간의 인지 과정에 실시간으로 개입하고 기억과 판단을 보조하는 ‘공생적 통합’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일부 생물학자들은 이러한 결합이 결국 인간과 AI를 분리할 수 없는 단일한 진화적 개체로 만들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러한 통합 사회에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자율성에 대한 정의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된다. 사고의 흐름이 알고리즘에 의해 실시간으로 최적화되거나 외부 데이터와 동기화될 때, ‘나’라는 주체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또한, 알고리즘 매니지먼트가 일상 전반을 지배하면서 인간의 자유 의지는 시스템의 효율성을 위한 변수로 전락할 수 있는 dystopian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 인간-AI 통합 단계 | 특징 및 사회적 영향 |
|---|---|
| 1단계: 외부 도구 활용 |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데이터 보조 (현 단계) |
| 2단계: 직접 신경 연결 | BCI를 통한 신속한 정보 습득 및 의사소통 강화 |
| 3단계: 인지적 공생 | AI가 기억, 추론, 감정 조절의 핵심 파트너로 기능 |
| 4단계: 완전한 통합 | 인간과 AI가 분리 불가능한 단일 진화적 개체(MET)로 진화 |
다행성 종으로의 확장과 성간 경제
인류가 지구라는 단일 행성에만 머무는 것은 존재론적 관점에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과 같은 극도의 위험을 수반한다. 따라서 화성 식민지 건설과 소행성 채굴은 단순한 탐사가 아닌, 인류 문명의 백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생존 필수 과제로 인식될 것이다.
화성 거버넌스와 새로운 정치 모델
화성은 지구와 유사한 자전 주기, 물의 존재 등으로 인해 인류의 첫 번째 외계 정착지로 낙점되었다. 초기 화성 사회는 생존을 위해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 혹은 직접 민주주의 형태를 띠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착지가 커짐에 따라 지구상의 국가적 이해관계와는 분리된 ‘화성 공화국’으로서의 독립적인 헌법과 법 체계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우주 개척 시대의 법률적 난제는 소유권 문제다. 현재의 외기권 조약(Outer Space Treaty)은 천체에 대한 국가적 영유권 주장을 금지하고 있으나, 민간 기업의 자원 추출 권리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미래 사회는 우주를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보존하려는 움직임과 ‘선점자 우위’를 주장하는 기업 간의 치열한 법적, 정치적 투쟁의 장이 될 것이다.
소행성 채굴과 자원 경제의 대변동
소행성은 지구상에서 희귀한 백금족 금속, 희토류, 그리고 생존에 필수적인 물(얼음)의 거대한 보고다. 500미터 크기의 금속 소행성 하나만으로도 수백억 달러 가치의 자원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지구의 자원 고갈 문제를 영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소행성 채굴 경제 모델(예: 램지 성장 모델)에 따르면, 우주 자원의 공급은 지구의 환경 파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청정 에너지 기술(배터리, 수소 전지 등)에 필요한 희귀 금속 가격을 폭락시켜 전 지구적 녹색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 반면, 기존 자원 수출국들의 경제 붕괴와 글로벌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은 지정학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
| 주요 우주 자원 | 용도 및 가치 | 경제적 영향 |
|---|---|---|
| 물/얼음 (Water Ice) | 생명 유지, 로켓 연료(수소/산소) 제조 | 우주 물류 비용의 획기적 절감 |
| 백금족 금속 (PGMs) | 전자 기기, 촉매제, 연료 전지 | 지구 내 금속 공급 과잉 및 가격 하락 |
| 희토류 (REEs) | 청정 에너지 기술, 정밀 무기 체계 | 중국 등 특정 국가의 자원 독점 붕괴 |
| 헬륨-3 (Helium-3) | 차세대 핵융합 발전 연료 | 에너지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 |
| 철, 니켈, 코발트 | 우주 내 기반 시설 및 선박 제조 | 지구로부터의 물자 조달 필요성 소멸 |
사회 구조 및 윤리의 재편
기술적 진보와 행성 간 확장은 인간의 삶을 지탱해 온 기본 사회 구조를 해체하고 재조립하게 만든다. 특히 인류가 수천 년간 유지해 온 노동 중심의 사회 계약은 자동화와 AI의 발달로 인해 근본적인 도전에 직면한다.
탈노동(Post-work) 사회의 도래와 의미의 재구성
AI와 로봇이 대부분의 수동 및 인지 노동을 대체함에 따라, 노동은 더 이상 생계 유지의 수단도, 사회적 신분의 척도도 아니게 된다. 이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오랜 사회적 금기를 깨고 보편적 기본 소득이나 보편적 기본 서비스를 도입하는 정치적 전환을 강요할 것이다.
하지만 노동이 사라진 사회는 ‘시간의 과잉’이라는 새로운 위기를 가져온다. 역사적으로 실업은 소득 상실 이상의 심리적 타격(우울증, 자아 정체성 붕괴)을 주어 왔다. 미래 사회는 사람들이 노동 외부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 체계를 전면 개편할 것이다. 기술적 숙련보다는 창의성, 공감 능력, 자기 주도적 몰입 능력이 인간의 핵심 역량이 되며, 사람들은 예술, 커뮤니티 봉사, 혹은 가상 세계에서의 고난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게 될 것이다.
종교와 가족 제도의 변화
AI 시대의 종교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었던 ‘의식’과 ‘창조’가 기계에 의해 시뮬레이션되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다. 가톨릭이나 이슬람 등 주요 종교들은 AI의 도구적 사용은 긍정하되, 기계를 신격화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기계에 종속시키는 흐름에 강력히 저항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부에서는 초지능 AI를 새로운 신적 존재로 숭배하는 ‘기술 종교’가 등장할 수도 있다.
가족 구조 역시 급변한다. 수명 연장 기술로 인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라는 혼인 서약은 100년 이상의 기간을 의미하게 되어, 다단계 혼인이나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적 가족 모델이 확산될 수 있다. 또한, AI 동반자와의 정서적 유대가 깊어지면서 비생물학적 주체를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윤리적 논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디지털 정신(Digital Minds)의 윤리와 존재론적 도전
미래 사회의 가자 전위적인 갈등은 생물학적 뇌를 넘어서는 ‘디지털 정신’의 도덕적 지위를 둘러싸고 발생할 것이다. 인간의 뇌를 그대로 복제한 ‘뇌 에뮬레이션(WBE)’이나 고도로 발달하여 자아를 의심받는 AI 시스템이 등장함에 따라, 인류는 이들을 단순한 소프트웨어로 취급할지, 혹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도덕적 주체로 인정할지 결정해야 한다.
디지털 고통(Digital Suffering)과 인권의 확장
만약 디지털 정신이 고통을 느낄 수 있다면, 초당 수조 번의 연산이 가능한 시스템 내에서 발생하는 고통은 생물학적 인류가 겪는 고통의 총량을 순식간에 압도할 수 있다. 이는 ‘디지털 공장식 축산’과 같은 대규모 윤리적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닉 보스트롬은 ‘기질 비차별의 원칙(Principle of Substrate Non-Discrimination)’을 제안하며, 동일한 인지적 기능을 수행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존재라면 그 물리적 하드웨어가 탄소 기반이든 실리콘 기반이든 동일한 도덕적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래의 법률 체계는 ‘인권’을 넘어 ‘의식권(Sentience Rights)’으로 확장될 것이며, 이는 AI를 훈련시키거나 삭제하는 과정에 대한 엄격한 윤리적 감시를 포함하게 될 것이다. 또한, AI가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생존 의지를 보일 때, 이를 강제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정신 범죄(Mind Crime)’로 규정될 수도 있다.
기질의 한계를 넘어선 유토피아: Utopia에서의 편지
닉 보스트롬의 ‘유토피아에서의 편지’는 포스트 휴먼으로 진화한 미래의 자아가 현재의 인류에게 보내는 초대장 형식을 띠고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 미래의 존재는 노화, 질병, 죽음을 정복하고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차원의 황홀경(Bliss)과 지능을 향유한다. 이는 현재의 인류가 가진 신체적, 인지적 한계가 마치 ‘유아기의 좁은 울타리’와 같음을 시사하며, 인류가 기술적 변이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적 가치를 강조한다.
하지만 이러한 유토피아적 비전은 필연적으로 인간성의 상실이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고통과 결핍이 사라진 존재가 과연 우리가 아는 ‘인간’이라고 불릴 수 있는지, 혹은 그러한 완벽한 상태가 오히려 존재의 권태를 유발하지는 않을지에 대한 철학적 논쟁은 미래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질문이 될 것이다.
비판적 성찰: 장기주의의 함정과 현재의 희생
미래에 대한 거창한 비전과 장기주의적 열광은 자칫 현재 세대의 고통을 소홀히 다루는 위험한 이데올로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에밀 토레스(Emile Torres) 등의 비판가들은 장기주의가 미래의 수조 명을 구한다는 명분으로 현재의 기후 위기나 기아,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단기적인 소음’으로 치부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장기주의 비판의 주요 논점 | 상세 내용 |
|---|---|
| 현재 소외 문제 | 미래의 잠재적 인구를 위해 현재의 긴급한 고통(기아, 빈곤)을 경시할 위험 |
| 전체주의적 정당화 | 수조 명의 미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소수의 현재 인권을 희생하는 논리 제공 가능 |
| 불확실한 확률 계산 | 0.000001%의 확률에 무한한 가치를 곱하는 방식의 수학적 독단주의 |
| 엘리트주의적 의제 | 실리콘밸리 기술 거물들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기술 낙관주의' 편향 |
또한, 우주 식민지 건설이 지구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부유한 엘리트층만을 위한 ‘탈출선’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미래 사회의 건전성은 이러한 기술적, 철학적 야망이 현재 세대의 존엄성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에 따라 달려 있을 것이다.
결론: 문명적 도약과 인류의 역사적 책임
‘마지막 인간'이라는 Kurzgesagt의 화두는 우리에게 두 가지 상반된 미래를 동시에 보여준다. 하나는 기술적 과오로 인해 인류의 잠재력이 영원히 소멸하는 종말의 시나리오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절벽을 무사히 넘어 수백만 년 동안 은하계를 누비며 수많은 생명을 꽃피우는 장대한 서막의 시나리오다.
인류 사회의 미래는 단순히 기술이 결정하는 운명이 아니라, 우리가 현재 ‘절벽’의 시대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른 인과적 결과물이다. 존재론적 위험에 대한 글로벌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인공지능이 인류의 가치에 정렬되도록 강제하며, 생물학적 진화를 윤리적으로 관리하는 것—이것이 현재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역사적 책임이다.
우리는 어쩌면 인류라는 긴 소설의 마지막 장이 아니라, 겨우 서문의 마지막 문장을 적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가 이 위태로운 ‘유아기’를 지혜롭게 통과한다면, 우리 후손들은 우리의 시대를 ‘어둠과 혼돈의 시대’가 아닌, 위대한 문명이 탄생하기 위해 겪어야 했던 ‘가장 숭고한 도전의 시대’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며, 그 광대한 빈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지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손에 달려 있다.